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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물빛연화'와 함께 궁궐의 야경 즐겨봤어요~

창경궁 춘당지의 달밤, 미디어로 구현된 빛의 물결을 바라보다

2025.03.17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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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날씨다.

부드러워진 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매해 이 시기가 되면 내 친구들은 궁궐 구경을 가자고 한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궁궐에 포근한 날씨까지 합쳐지니 거닐기 딱 좋겠다면서.

요즘은 궁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창경궁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청과 함께 3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창경궁에서 야간관람 프로그램인 '창경궁 물빛연화'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 '물빛연화'는 지난해 궁중문화축전 특별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었던 행사였다. 

2025 창경궁 물빛연화가 시작되었다.
2025 창경궁 물빛연화가 시작되었다.

그때 SNS에서 물빛연화 프로그램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걸 접했지만 때에 맞춰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부터는 상설 프로그램으로 확대된다고 하니 무척 반가웠다.

시민들은 궁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7시부터 물빛연화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궁중문화축전 기간에는 월요일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직접 창경궁으로 갔다. 

창경궁 매표소 앞은 물빛연화 프로그램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창경궁 매표소 앞은 물빛연화 프로그램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물빛연화는 창경궁 춘당지 일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전 예약 없이 자유 관람할 수 있는 구조이며, 창경궁 입장료만 내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만 25세부터 64세까지의 성인은 1000원의 입장료를,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한복을 착용하고 방문할 때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방문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는 게 좋겠다. 

물빛연화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해보았다.
물빛연화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해 보았다.

물빛연화 프로그램은 전체 상영과 부분 상영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내가 방문한 3월 7일에는 대춘당지와 소춘당지에서 운영하는 2경과 5경을 제외한 부분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관람 시간도 계절별로 다르므로 행사 시간 정보는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물빛연화 행사 시간은 다음 사진을 참고하면 좋겠다. (출처: 궁능유적본부)
물빛연화 행사 시간은 다음 사진을 참고하면 좋겠다. (출처: 궁능유적본부)

4~5월, 9~11월에는 전체 상영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더 다양한 연출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명이 켜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호수 주변에 서서 조명이 켜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춘당지를 따라 길을 걸었다.

프로그램 시작 시각인 오후 7시에 맞춰 왔는데도 벌써 관람객이 많았다.

창경궁으로 입장하면 입구의 오른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물품 보관함이 있는데, 짐이 많은 관람객이라면 편하게 보관하고 관람할 수 있겠다. 

입구 오른편에 관람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물품보관함이 있다.
입구 오른편에 관람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물품 보관함이 있다.

창경궁 안내도의 번호를 따라 코스를 이동하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은 편이라 관람객이 많아도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산책로를 비롯한 길 위에 불빛으로 이루어진 문양이 새겨져 있다.
산책로를 비롯한 길 위에 불빛으로 이루어진 문양이 새겨져 있다.

춘당지 진입로에 들어서자, '대화의 물길'이라는 테마의 제1경을 만날 수 있었다.

커다란 소나무를 중심으로 화려한 조명들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이는 소나무와 함께하는 창경궁의 시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소나무를 감싼 빛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 관람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창경궁 곳곳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관람객들이 보였다.
창경궁 곳곳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관람객들이 보였다.

대춘당지 오른편의 백송 나무도 불빛을 휘감았다.

제3경, '백발의 빛'이다.

한자어 '채색할 화'를 모티브로, 창경궁과 함께 세월을 보낸 백송 나무를 궁의 백발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백송을 두고 백발이라고 표현한 점이 재미있었는데, 화려한 불빛으로 아롱거리는 모습을 보며, 내가 딛고 서 있는 이곳이 한때 무척 찬란했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대온실.
어둠 속에서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대온실.

제4경은 '조화의 빛'이라는 이름을 단, 대온실이다. 사실 창경궁 대온실은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시설이다. 

1907년, 순종이 황위에 올랐던 때 창경궁 내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조성되며 궁궐로서의 모습을 잃어가게 되었고, 머지않아 1911년에는 일제에 의해 궁의 이름마저 빼앗겨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원화가 되어 훼손이 심해졌다.

지금 보면 근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설이지만, 제국주의 침탈의 비극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씁쓸한 시설이기도 하다. 

이번 '물빛연화'에서는 빛을 이용하여 대온실을 물빛 위에 떠오른 보석함과 같은 느낌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승화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어둑어둑한 밤하늘 아래 하얗게 빛나는 대온실은 마치 보석함과 같은 느낌처럼 예뻤다.

따스한 온실을 잠시 둘러보며 언젠가 화사하게 꽃이 필 봄을 생각해 보았다.

대온실 내부를 거니는 관람객들.
대온실 내부를 거니는 관람객들.

대온실을 나와 산책로 위를 아름답게 수 놓은 불빛을 보며, 불이 일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물빛연화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춘당지 수면 주변으로 불빛이 꾸며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불빛으로 땅 위에 물길을 표현한 것 같은 감상을 받아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길 위를 수놓은 불빛을 관람하는 관람객.
길 위를 수놓은 불빛을 관람하는 관람객.

그래서일까. 제6경인 '화평의 빛'과 제7경인 '홍화의 물빛'이 담은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화평의 빛'은 한자어 '화평할 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길이라고 한다.

과거의 기쁨과 아픔, 현재의 갈등과 불화가 화평의 길에서 치유되고 승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지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창경궁.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창경궁.

'홍화의 물빛'은 소생의 물빛으로, 한자어 '화합할 화'의 의미를 담아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물길 위에 빛이 피어나는 모습과 창경궁의 문양을 새기며 새로운 소생의 기운을 느끼길 바라 꾸몄다고 한다. 

일렁이는 불빛이 마치 물길처럼 아름다웠다.
일렁이는 불빛이 마치 물길처럼 아름다웠다.

문학 작품에서 물은 흔히 '생명, 재생, 회복'에 비유되곤 한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창경궁이 보여주는 빛의 물길을 통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밤에 느끼는 궁궐의 풍경도 무척 아름답다.
밤에 느끼는 궁궐의 풍경도 무척 아름답다.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방문하여 제2경인 물빛연화와 제5경인 물의 숨결은 아직 볼 수 없었지만,

미디어로 구현된 빛의 물결을 따라 걸으며 마치 수면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포근해지는 저녁, 창경궁 물빛연화와 함께 빛과 어둠의 조화를 느끼며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창경궁 물빛연화" 관람정보 바로가 


정책기자단 한지민 사진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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