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친구의 물음에 잠깐의 고민 후 답을 이어갔다.
세계 일주 여행을 하고, 평소 마음껏 관람하지 못했던 뮤지컬도 관람하고 전시회도 다니고. 몇몇 희망 사항을 이야기하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원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대부분이 '문화'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문화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문화와 관련된 주요 연구들에 따르면 문화생활은 삶에 동기부여가 되고 우울감을 감소시키는 등 인간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문화 예술 경험을 통해 생활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점을 주는 문화 활동의 한 가지 단점은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경우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문화비 지출 역시 적어 제한적인 문화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정부 지원문화 복지사업인 문화누리카드.
2025년에도 지원금이 상향되어 인당 14만 원의 선급 금액이 바우처 카드에 충전됐다(출처=문화누리카드 누리집)
이에 정부를 비롯한 문화단체와 지자체에서는 국민의 문화생활 증진, 특히 저소득층의 문화 향유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문화 복지 정책으로는 문화누리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문화누리카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의 문화 향유를 위해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과 저소득층의 문화 복지 확대를 이야기하며 매년 지원 금액을 인상해 왔다.
내가 처음 문화누리카드 지원을 받기 시작했을 때는 인당 연간 11만 원의 금액을 지원받았는데 2025년 올해는 인간 연당 14만 원의 금액을 지원한다.
발급된 문화누리카드는 문화예술 및 공연, 여행,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고, 올해 지원금은 이미 지난 2월 4일부로 충전된 상태다.
나는 문화누리카드를 스포츠 경기 관람이나 이동 교통비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첫 문화누리카드 역시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데 사용했다.
나는 보통 문화누리카드 지원금으로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철도 이용료를 결제해 여행 가는데 보태는 편이다.
연간 14만 원이라는 금액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고, 마음껏 응원하며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여행과 스포츠 등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주요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영화를 보고, 혹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해 혼자 조용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참고로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해 문화생활을 할 경우 일반 요금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되거나 소소한 기념품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저소득 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할인 티켓을 제공해 주는 나눔 티켓 누리집의 메인화면(출처=나눔 티켓 누리집)
그리고 오늘, 문화누리카드 이용자가 다수가 놓치고 있는 숨은 혜택 중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나눔 티켓'이라는 문화 나눔 사업이다.
나눔 티켓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누리집에 따르면 문화 향수권 신장과 삶의 질 제고, 문화 체험을 통한 감수성, 창의성 향상을 위해 진행하고 소개되어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문화누리카드 소지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의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에 재직 중인 사회복지사, 통합문화이용권 담당자 등의 사회복지 및 문화 담당자다.
취약계층의 경우 할인 티켓과 무료 나눔 티켓을, 사회복지사와 문화 담당자는 할인 티켓만 제공받을 수 있다.
나눔 티켓은 타 문화복지 정책과 다르게 공연 예술단체의 직접 후원 참여로 운영된다.
일반적인 문화 복지 정책이 정부의 직접 예산을 바탕으로 바우처 제공에 국한된다면, 나눔 티켓은 공연 예술단체에서 잔여 좌석을 무료 혹은 할인 좌석으로 기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단체는 기부를 통해 세제 혜택을 받고, 이용자는 문화 혜택을 받으며, 사회적으로는 문화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무료, 할인 제공되는 티켓이라고 가볍게 볼 수 없다. 쟁쟁한 라인업의 공연과 전시들이 가득한 나눔 티켓 누리집에는 상시 올라오는 인기 공연이 빠르게 매진되고 있었다(출처=나눔 티켓 누리집)
나는 문화누리카드 가입자의 자격으로 나눔 티켓 누리집에 회원 가입한 후 공연 및 전시 예매 탭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확인해 봤다.
나눔 티켓이기에 인기 없는 공연 티켓이 가득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 지킬앤하이드, 돈 쥐앙과 같은 대형 뮤지컬부터 대학로와 중대형극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공연과 연극, 유명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가득했다.
마침, 서울 나들이가 예정되어 있어 서울에 방문하는 김에 공연을 한 편 관람해 보기로 했다.
공연장은 예술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대학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뮤지컬과 연극 관람을 위해 종종 방문했지만, 한동안 가지 못했던 곳인데 무료로 받은 티켓으로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다.
무료 나눔 티켓으로 대학로 연극을 관람하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공연은 <영겁의 방>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스릴러 장르의 연극이었다.
내가 선택한 공연은 <영겁의 방>으로 동생과의 캠핑 중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신경심리학자와 상담하며 풀어가는 내용의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몰입되는 스토리에 60분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른 채 연극을 관람했다.
주연 배우들이 선보이는 완벽한 연기에 소름이 돋고, 왠지 모를 추억까지 떠올라 극에 깊이 공감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나는 물론, 공연을 함께한 관객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나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친구는 연극은 정말 오랜만에 관람하는데 배우들의 연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공연예술을 관람하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60분이라는 시간이 30분처럼 느껴졌다. 배우들의 열연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하루, 나눔 티켓으로 감수성 역시 더 깊어졌다.
문화 취약계층에 큰 혜택을 주는 나눔 티켓에도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만약 티켓의 판매나 제삼자 관람 등 부정 사용이 적발되거나, 예매 후 관람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예매에 제한을 받거나 영구적으로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티켓은 한 달에 최대 4회까지 예매가 가능하며 관람자에는 반드시 본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선선한 날씨에 인상적이었던 연극으로 완벽했던 하루, 문화생활을 통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던 날이었다.
문화 취약계층에 해당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나눔 티켓 누리집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해보자.
앞으로도 전국 주요 공연장과 전시관에서 풍성한 문화 나눔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정혁 jhlee4345@naver.com